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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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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브라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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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2 |
오래전 사업을 하여 돈을 번 어떤 고등학교 친구가 돈 버는데는 미적분이 필요없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알면 된다고 하였던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동의하였으나 항상 미적분은 언제 써먹나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문과였고 당시 문과수학은 미적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느 신문기사에 미적분이 언제 필요한가에 대하여 기사를 읽고 저와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하여 이 기사를 올립니다. 참고 하세요
미적분의 쓸모는 어디까지일까?[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입력 2022-04-22 03:00업데이트 2022-04-22 03:1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누구나 “이거다!” 하는 때가 있다. 소설가는 한 인간의 서사를 들을 때, 시인은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은유가 떠오를 때, 사진가는 빛이 만드는 공간을 볼 때, 정치인은 역사적 소명을 마주할 때가 바로 그때일 것이다. 물리학자인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친구 형님의 책상을 보게 되었다. 책상 위엔 종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 종이 위엔 지우개로 지워 가며 연필로 푼 미적분 문제들로 가득했다. 친구의 형은 한 회사의 사장이었다. 퇴근하고 미적분을 푸는 게 취미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퇴근하고 밤늦게 책상에 앉아 어려운 미적분 문제를 푸는 게 취미라니. 그 친구의 형을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그날 이후 나도 그런 멋진 사람이 되길 꿈꿨고,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 멋짐을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삶은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 있다. 나 자신도,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도 움직인다. 이런 변화엔 물리적 규칙성이 있다. 매일 아침 해가 뜨고, 태양과 지구는 자신만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계절을 만들어낸다. 그렇다. 우리는 수학적 규칙을 따르는 질서정연한 태양계에 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수학이 바로 미적분학이다. 미적분을 발견한 뉴턴은 이를 토대로 해서 우주의 작동 원리를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했다. 만약 미적분학이라는 수학이 없었다면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 얼마 전 블랙홀을 연구하던 제자가 학교에 와서 후배들과 함께 세미나를 했다. 그는 블랙홀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난 다음 유명 포털 회사에 취직한 상태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블랙홀을 연구하다가 세상의 온갖 데이터를 연구하는 데이터 과학자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컴퓨터 시스템을 응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블랙홀 연구에 사용하는 수학적 방법과 포털 사이트의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학적 방법은 유사하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설명하는 운동 방정식을 이용해 포털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한 후 원하는 정보를 얻어낸다. 물리학이 실험과 이론을 수학으로 연결시켰다면, 데이터 과학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코딩 언어와 정보를 수학으로 연결시킨다. 공통점은 수학이라는 언어다. 다루는 문제가 복잡하고 클수록, 복잡한 문제를 잘게 쪼개서 단순하게 바꾸는 미적분학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큰 위력을 과시한다. 모든 것이 전산화되고 자동화되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주는 플랫폼 메타버스, 인간의 지능의 한계를 없애주는 인공지능, 중앙집권화를 없애주는 블록체인 등 우리가 아는 세상의 개념이 이진법의 세상으로 빅뱅처럼 확장되고 있다. 내 인생을 바꾼 미적분학은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변화를 이끄는 중이다. <iframe id="ifr_8599477978" frameborder="0" allowtransparency="true" hspace="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vspace="0" width="728" height="90" src="https://ads.acrosspf.com/opf/zest.ad?mn=22&ml=224023&slot=33817&passback=&host=www.donga.com&m=pc&k=&r=8599477978&shp=0&prtcl=https%3A&adid=" style="margin: 0px; padding: 0px; width: 728px !important;"></iframe> 제자가 연구실에서 바라봤던 블랙홀과 포털이라는 세상이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 궁금하다.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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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의 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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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브라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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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6 |
다음 글을 읽으시면 애풀사의 한입 베어진 사과 로고의 연원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세계 - 박주용의 퓨처라마(26) 적을 꿰뚫어보고 인류를 구한 천재 과학자…사후 70년 지나서야 세상은 그를 알아봤다 입력 : 2022.05.05 21:52 수정 : 2022.05.06 10:16 공유하기 북마크 글자크기 변경 인쇄하기 블레츨리 파크의 추억(2) - 튜링의 꿈과 좌절,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무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 해독해 2차 대전 종식 앞당긴 앨런 튜링 ‘튜링 머신·튜링 테스트’ 등 컴퓨터 원형·인공지능 개념도 태동시켜
우리가 흔히 ‘영국’으로 부르는 유럽 섬나라의 정식 명칭은 ‘대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영국을 지도에서 찾아보면 두 개의 큰 섬이 나오는데 동쪽의 큰 섬인 대브리튼(Great Britain)의 잉글랜드(England)·스코틀랜드(Scotland)·웨일스(Wales)와 서쪽의 작은 섬인 아일랜드 북동에 자리한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가 연합하여 만든 왕국이다. ‘영국’이라는 말은 그 가운데 인구수와 영향력이 제일 큰 잉글랜드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연합왕국 전체를 가리키기 때문에 네 개 구성국이 따로 출전하는 국제 축구 경기에서 ‘잉글랜드’를 ‘영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케임브리지에서 출발해 블레츨리 파크로 보너빌을 타고 가는 나의 눈앞에는 역시 낮은 구릉이 주욱 이어진 전형적인 잉글랜드 지형이 펼쳐져 있었지만, ‘50년 만의 폭서’라고 하는 날씨에 푸른 잔디는 온데간데없이 노랗게 탄 풀로 덮여 흡사 미국 서부 뉴멕시코의 사막을 보는 듯한 묘한 풍경이었다. 정말 더위와 가뭄이 얼마나 심했는지, 물이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에서 약 1600년 전 지어진 고대 로마제국의 마을들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흔한 저수지의 물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대제국의 흔적이 밭밑에 널려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뜨겁고 메마른 바람을 맞으며 마침내 도착한 블레츨리 파크.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암호를 풀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시설로서 수도 런던과 영국의 최고 대학인 케임브리지·옥스퍼드를 잇는 삼각형의 가운데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여러 과학자·수학자 외에도 퍼즐을 잘 푸는 이들을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온 사람들이 모여 전쟁이 끝날 때까지 봉사하였고, 지금은 그 역사를 기념하는 박물관으로서 우리 같은 과학과 역사의 애호가들을 맞아준다.
이곳의 업적 가운데 제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수수께끼’라는 뜻을 가진 독일 해군의 에니그마(Enigma) 기계를 해독한 일이었다. 잠수함이나 야전에서 갖고 다니며 쓸 수 있는 소형 타자기처럼 생긴 에니그마는 여러 개의 톱니바퀴와 배선반 연결 조합을 통해 한 글자를 다른 글자로 변환해주는데, 이 톱니바퀴와 배선반의 조합이 매일 OTP(One-Time Pad)에 기반해 바뀌기 때문에(OTP를 모르겠으면 지난달 퓨처라마 필독!) 이 암호가 풀리기 전까지 독일 해군이 대서양에서 연합군 상선들을 쉬지 않고 격침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에니그마 실물, 앨런 튜링의 책상, 블레츨리 파크 풍경(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박주용 제공
에니그마를 해독한 사람들 가운데 제일 유명한 것이 앨런 튜링(Alan Turing·1912~1954)이다. 2014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의 주인공 인물이기도 한 튜링의 이 업적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영국 정부에서 발간한 공식 정보전 역사서에서 2차 대전 종식이 2년 정도 빨라졌으며 약 1400만명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튜링은 이것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과학 업적을 몇 가지 더 남겼다. 그 가운데 제일 대표적으로는 현대 컴퓨터의 이론적 기초가 되어준 ‘튜링 머신(Turing machine)’이라는 일종의 자동 계산기계가 있고,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Can machines think)?”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사람과 같은 지능을 지닌 ‘인공지능’ 기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일이 있다. 특히 그가 제안한 ‘튜링 테스트’라는 개념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인공지능의 본질과 성능을 논의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유용한 개념이다.
튜링 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따라하기 놀이(imitation game)’의 개념에 기반해 있다. 이 놀이에서는 A, B, C 세 명의 사람이 각방에 들어앉아 있다. 남자인 A와 여자인 B는 C와 서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C는 이러한 소통을 통해 A와 B의 성별을 맞혀야 하는데, A와 B의 목적은 C로 하여금 자기가 여자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즉 “A가 여자 위장 연기를 매우 잘하여 C로 하여금 진짜 여자인 B와 구별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C의 입장에서는 A를 진짜 여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튜링은 ‘기계가 인간과 같다’는 표현의 의미를 추론해내게 된다. 즉 이 놀이에서 A를 인공지능으로, B를 사람으로 설정한 뒤 C로 하여금 A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기계 A는 사람과 같은 존재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오리처럼 생겼고, 오리처럼 헤엄치고, 오리처럼 꽥꽥거리면 오리일 거야(If it looks like a duck, swims like a duck, and quacks like a duck, then it probably is a duck)”라는 18세기 속담을 알 수도 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이걸 ‘오리 테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튜링 테스트는 그보다 역사가 조금 더 긴 오리 테스트의 첨단기술 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파시스트에 대적한 연합군의 2차 대전 승리, 현대 컴퓨터의 원형 발명, 그리고 인공지능의 태동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이름을 걸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튜링이지만 블레츨리 파크에서 그가 일하던 책상은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는 소박한 모습이다. 겉보기에 저렇게도 평범한 사람이 저런 큰일들을 여러 가지 해냈다는 사실이 불가사의하게까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업적 기밀로 묻히고 동성애 혐의로 화학적 거세 당해…연구직도 박탈 우울증에 독사과 먹고 목숨 끊어…70년이 지나서야 ‘사면’ 인간은 왜 언어를 두고도 눈과 귀를 닫는지…비트겐슈타인은 알까
그러나 인류에 거대한 선물들을 안겨준 튜링은 살아생전에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독일군에게 이기고 돌아온 참전용사들이 그들을 영웅이라고 불러주는 이웃들에게 둘러싸여 밤을 새워(아마도) 맥주와 에일을 파인트로 들이마시며 쉼 없이 무용담을 풀어내고 있었을 시간에 존재가 국가기밀로 분류된 블레츨리 파크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업적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1000만명이 넘는 목숨을 살려냈으면서도 “누구는 죽어갔는데 너는 운 좋게 본토에 남아서 편하게 전쟁을 피한 것이냐”는 비아냥을 듣는다고 해도 아무 말을 못하는 겁쟁이로 치부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가 전쟁의 포화에 휩쓸려 있었을 몇 년 뒤인 1952년에 튜링은 집에 든 강도를 신고했다가 당시 법으로 금지되었던 동성연인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감옥에 가지 않는 조건으로 암호학과 계산학 연구를 금지당하고 강제로 약물을 투여받는 수모를 당하게 된 튜링을 돕기 위해 블레츨리 파크의 동료들은 그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킨 영웅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또다시 좌절당하였고, 자신이 탄생시킨 인공지능의 꿈을 더 이상 좇을 수 없었던 튜링은 우울증에 시달리다 1954년 마침내 청산가리에 젖은 사과를 베어먹은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아담과 하와가 먹은 선악과가 전통적으로 사과로 묘사되고, 뉴턴(튜링의 대학 동문)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에서 보듯이 사과는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지혜와 각성을 상징하는 영험한 과일이다. 이것을 몰랐을 리 없는 튜링이 마지막 행위로 사과를 베어먹었다는 것은 지식의 탐구를 못하게 강제한 세상을 향한 과학자의 마지막 항의였다고 생각된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최고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튜링상’을 수여하고,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로고가 새겨진 컴퓨터와 일상의 매 순간을 함께하고 있고, 잉글랜드 중앙은행(Bank of England)에서 발행하는 50파운드 지폐에 튜링의 얼굴이 그려진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조금씩은 정의를 찾았다고 할까.
그러나 그가 사회에 해를 끼친 ‘범죄자’ 꼬리를 영국 여왕의 사면을 통해 뗄 수 있었던 것은 불과 2013년의 일이었다. 튜링은 사람들의 경멸 속에 죽음으로 몰린 뒤 70년 동안, 또 튜링에게 감명받은 애플사가 Apple Ⅱ+라는 컴퓨터로 개인 컴퓨터 시대를 열어젖힌 1979년 이후로도 34년 동안 차가운 사회의 눈에는 한낱 전과자였을 뿐이다. 작금의 어떤 나라 권력자들이 인류와 문명 진보를 위해 튜링이 한 일의 1000분의 1, 1만분의 1도 하지 못한 주제에 자신들 죄는 아예 묻지도 못하게 하는 데 골몰해 있는 세태를 보고 있자면 튜링과 같은 천재성도 권력을 갖지 못한 죄를 어찌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만 들어오던 블레츨리 파크를 방문하여 승리의 역사의 흔적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라면 응당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겠지만, 튜링의 인생은 세상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합당한지 알지 못하는 그릇된 사람들의 존재를 곱씹도록 하였고 나는 끝내 입속에서 쓴맛을 씻어버리지 못하였다. 에니그마의 해독으로 적군의 마음속을 꿰뚫어볼 수 있게 해주고, 사람의 형상을 가진 기계를 만들어내는 신 같은 능력의 문턱까지 데려다 놓아주기까지 했으면서도 마음이 닫히고 생각이 짧은 국민들의 눈과 마음에 그의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지 못하였다.
사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소통의 문제는 사회적 동물인 인류가 존재하던 내내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끊임없이 던진 질문이다. 특히 다른 동물이 갖고 있지 않은 아주 정교한 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쉬이 마음의 벽을 거두어내지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언어. 사람 사이에 깊은 소통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때로는 목숨까지 빼앗는 치명적 오해를 낳기도 하고, 두고두고 가슴에 간직해야 할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눈와 귀를 영원히 닫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추한 오물로 떠돌며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는 것. 이러한 ‘언어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자문하다가 길을 돌려 케임브리지 서쪽의 ‘어센션 교구 묘지(Ascension Parish Burial Ground)’로 향했다. 그곳엔 언어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1889~1951)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무덤 안에 누워 있는 그에게 대답을 얻으려고 한 무모한 시도의 결과에 대해서는 훗날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다.
065 119 097 105 116 032 116 104 101 032 100 101 097 102 101 110 105 110 103 032 115 105 108 101 110 099 101 044 032 109 121 032 102 114 105 101 110 100 115 046(Await the deafening silence, my friends·친구들, 귀가 터져나갈 듯한 침묵을 두고보시게).
▶박주용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앤아버)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네트워크와 복잡계 물리학에 기반한 융합 데이터 과학 전문가로서 노트르담대학교, 하버드 의과대학 데이너-파버 암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문화예술과 과학의 창의성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카이스트 포스트AI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학창 시절 미식축구에 빠져 대학팀 랭킹 알고리즘을 고안한 뒤 지금도 빠져 있으며, 시간이 생긴다면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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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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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브라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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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
다음글은 독서의 중요성에 관한 김형석 교수님의 글입니다.
김형석의 100년 산책
"과장밖에 못할 신입사원뿐" 70년대 삼성맨들이 준 충격
중앙일보
입력 2022.05.13 00:36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1970년대는 한국경제 도약의 시기였다. 기업들이 연수원을 갖고 사원교육에 열중했다. 기업체의 중견직원들과 대졸 신입사원을 위한 교육이 그렇게 왕성한 때는 없을 정도였다.
나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강의에 도움을 주었다. 한 번은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을 위한 시간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 “나에게 고전의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되는 책 10권을 읽은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없었다. 5권도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독서를 하지 않으면 과장까지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괜찮겠지만, 그 이상의 직책을 맡게 되면 자기빈곤을 느끼게 될 텐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기업체 임직원 특강에 종종 나가
“지도자 되려면 인문학 소양 필수”
미국 대학에선 독서가 필수과제
책 읽지 않고 선진국 될 수 없어
200년 뒤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한글문화 활짝 핀 문화강국 소망
그런데 10년 전부터는 삼성그룹에서 인문학 출신의 졸업생을 우선적으로 뽑기 시작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를 위한 정신적 가치가 기술적 기능보다 더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업체 중진들을 위한 시간에 강의를 하는 때가 있다. 지도자의 기본 조건은 사회적 가치관과 윤리관이며 가치판단과 역사의식이 필요하다는 공감 때문이다. 정치는 물론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통된 가치관과 세계관이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문학적 사유와 휴머니즘의 소양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각 분야 지도자의 독서는 필수조건이다.
좀 더 높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그렇다. 만일 세계적으로 문화적 태양과 같은 정신계의 빛과 따뜻함이 없다면 인류는 얼마나 어두운 세상에 처했겠는가. 그런데 역사를 더듬어 보면 문화의 정신적 태양 책임을 담당한 국가는 다섯 나라뿐이다. 역사적 순서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이 그 위치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공산국가가 되면서 사상이 통제되고, 인문학이 사라지면서 그 후계국이 되지 못하고 미국이 대신하게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문화국의 대열에 참여했다. 지금 세계는 이 다섯 나라의 문화 혜택으로 정신적 태양의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상의 자유 없는 중국의 한계
그런데 이 다섯 나라의 특성이 무엇이었는가. 국민의 절대 다수가 100년 이상 독서한 나라들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은 영국보다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독서를 못했기 때문에 문화적 후진국이 되었다. 중남미와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이 독서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정신적 후진국으로 머물러 있다.
인도, 중동국가들은 오랜 세월 문화국으로 성장하기 힘들 것 같다. 그들의 종교적 폐쇄성 때문에 사상적 자유와 인문학적 자질이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도 그렇다. 옛날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상적 지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을 밟지 못했고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사상의 자유와 인문학이 버림받고 있다. 나도 중국의 4대 대학 부근의 서점에 들러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대학생들이 읽을 철학, 역사, 문학 중심의 서적이 보이지 않았다. 중국사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대만이나 일본으로 가야 하는 현실로 바뀌었다. 우리가 그리스 사상과 철학을 위해서는 독일이나 영국으로 유학 가는 현상과 비슷해졌다. 독서의 불모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되었는가. 나와 비슷한 세대의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독서의 습관을 받아 들였다. 인문학 분야는 대학 강의보다 독서가 필수적이다. 독서를 배제한 인문학은 동토에 씨를 뿌리는 것 같이 무의미하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지역을 유학한 학자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서를 의무화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한 후 일 년 반 정도는 인문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독서는 필수과제로 되어 있다. 인간다운 삶과 지도자의 기본자질을 위해서다. 한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3~4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모든 선진국가의 지도자들은 그런 독서의 정신적 기반 위에 전공 분야의 학문을 쌓아가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을 밟지 못하고 전공기술 학과에 진입하기 때문에 휴머니즘적 전통과 사회생활의 기본가치를 갖추기 힘들어 졌다. 그런 기초적인 과제를 충족시켜 주는 방법이 바로 독서다. 철학, 역사, 문학 등의 기본소양을 갖추지 못한 지도자는 스스로의 인간적 결함을 극복하지 못한다. 대학의 인문학적 성장도 그렇다. 고전에 관한 독서가 없이 정신적 지도력을 함양한다는 것은 지성인의 본분을 모르는 처사다. 지금이라도 늦었다고 생각지 말고 모든 지도층 인사들과 대학에서 독서를 생활화한다면 그것이 무엇보다 앞서는 애국의 길이다.
고전 공부 없이 전공만 배워서야
더 중대한 국가 민족적 의무도 뒤따른다. 150년 쯤 후에 동양에서는 어떤 문화국이 세계를 대표하게 되겠는가. 일본과 중국은 가능해질 것이다. 중국은 세계적 인구와 고대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어느 국가가 문화적 혜택을 국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한글문화가 제3의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가 문제다. 문자로 표현되지 않는 예술분야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한글문화는 대학의 인문학 발전과 국민의 독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글문화의 세계화는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다. 외국의 책들이 우리말로 번역되는 수준으로 우리 저서들이 외국어로 번역되어 읽히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그 자체이기보다 그런 수준의 한글문화 육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00년 쯤 후에는 문화국이 세계의 중책과 주도 세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 안목에서 본다면 많은 대학 인구를 차지하는 한국대학은 물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독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민족 국가의 생명력과 희망을 우리들 스스로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책 읽는 국민이 세계를 정신적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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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의 오마이갓] 찰스3세 대관식 모델은 솔로몬 대관식?
2시간 예식 중 3분간 가림막 치고 ‘기름 부음’ 의식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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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열린 찰스 3세 대관식에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왕관을 찰스 3세 국왕에서 씌워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열린 찰스 3세 대관식에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왕관을 찰스 3세 국왕에서 씌워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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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대관식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국은 기독교가 쇠퇴한 정도를 넘어 거의 반(反)기독교 문화가 압도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대관식에서는 민수기, 시편, 잠언, 누가복음, 갈라디아서, 골로새서 등 성경 말씀이 계속 나오고 기도와 아멘이 이어지더군요. 왕정 폐지론이 끊이지 않는 영국에서 역설적으로 전세계에 기독교 문화를 중계한 것 같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찰스 3세 대관식 중계를 시청한 원우현 장로님(고려대 명예교수)은 얼마 전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 장로님은 “그런 점이 신선해 1시간 넘는 대관식 중계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원 장로님 말씀처럼 이번 찰스 3세 대관식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구약과 신약 성경 말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약시대 사울-다윗-솔로몬 시절의 대관식처럼 ‘기름 부음(성유 의식)’까지 실제로 행해진 예식이었습니다. 대관식은 특히 영국 성공회 예식으로 치러졌기에 개신교 예배보다는 천주교의 미사에 가깝게 절차 하나하나가 엄숙하고 장중하게 치러져 거의 2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찰스 3세 대관식 중 '성유 의식'. 3면을 가림판으로 막은 가운데 진행됐다. /BBC 화면 캡처
찰스 3세 대관식 중 '성유 의식'. 3면을 가림판으로 막은 가운데 진행됐다. /BBC 화면 캡처
대관식 순서가 보도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름 부음(성유 의식)’을 보고 싶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사무엘 선지자 때 처음 왕정(王政)이 시작되지요. 사무엘은 사울에게 기름을 붓고 왕관을 씌워줍니다. 대관식 장면에 대한 묘사는 구약 사무엘서, 열왕기, 시편 등에 나오지요. 머리에 기름을 붓고, 왕관을 씌우고, 나팔을 불어 새 왕이 등극했음을 알리면 백성들은 만세를 부르지요. 새 왕은 칼은 차고 왕좌에 앉아 율법책(성경)과 홀(笏)을 들지요.
그 중 성경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도 등장하고, 나팔(팡파르)이나 칼 등은 왕의 대관식이라면 충분히 등장할 법한 물건이지만 성유 의식은 구약 시대에서부터 이어오는 특별한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에 성유 의식을 보고 싶었습니다.
찰스 3세 대관식에서 쓰인 성유를 담은 병. 이번 대관식에서 쓰인 기름은 예루살렘 올리브산에서 채취한 올리브 기름으로 동물성 향을 배제했다고 한다. /BBC 화면 캡처
찰스 3세 대관식에서 쓰인 성유를 담은 병. 이번 대관식에서 쓰인 기름은 예루살렘 올리브산에서 채취한 올리브 기름으로 동물성 향을 배제했다고 한다. /BBC 화면 캡처
성경에서 ‘기름 부음을 받는다’는 것은 특별한 존재를 가리킵니다. ‘메시아’가 바로 히브리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란 뜻이고 그리스어로는 ‘크리스토스(그리스도)’지요. 구약에서 기름 부음을 받는 이는 왕, 제사장, 선지자입니다. 그래서 대관식에서는 왕의 머리에 실제로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지요. 열왕기엔 솔로몬 왕의 대관식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제사장 사독이 성막 가운데에서 기름 담은 뿔을 가져다가 솔로몬에게 기름을 부으니 이에 뿔나팔을 불고 모든 백성이 솔로몬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니라.” 지난 6일 열렸던 찰스 3세의 대관식도 가장 중요한 뼈대만 추리면 ‘기름을 붓고 나팔을 불고 만세를 외쳤다’가 되겠지요. 바로 그 ‘기름 붓는’ 장면을 실제로 볼 수 있을까 했던 기대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대관식 이전부터 ‘성유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할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70년 전인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도 비공개였다고 합니다. 저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떻게 비공개로 성유 의식을 할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위병들이 가림판 3장을 들고 나와 3면을 가려 청중과 TV카메라에 안 보이도록 하더군요. 가림판 안에서 켄터베리 대주교가 찰스 3세의 머리와 가슴, 손에 성유를 발라준 후에야 가림판은 철거됐습니다. 가림판 안으로 들어서기 전 찰스 3세는 망토와 화려한 예복을 벗고 가벼운 흰색 셔츠 차림이었습니다. 그만큼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비밀스럽고 내밀하게 기름 부음을 받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성유 의식은 약 3분여 진행되더군요. 이날 2시간에 걸친 예식 중에 찰스 3세의 모습이 대중의 시선에서 가려진 것은 이때뿐이었습니다.
찰스3세 대관식의 성유 의식 진행 과정. 가림판을 든 위병들이 입장하고(위), 찰스 3세와 켄터베리 대주교가 가림막 안에서 성유 의식을 진행하고(가운데), 가림판을 치우자 꿇어앉은 찰스3세가 보인다(아래). /BBC 화면 캡처
찰스3세 대관식의 성유 의식 진행 과정. 가림판을 든 위병들이 입장하고(위), 찰스 3세와 켄터베리 대주교가 가림막 안에서 성유 의식을 진행하고(가운데), 가림판을 치우자 꿇어앉은 찰스3세가 보인다(아래). /BBC 화면 캡처
영국 버밍엄대에서 신학박사를 받고 성공회대 총장을 지낸 대한성공회 양권석 신부님께 대관식과 기름 부음에 대해 여쭸습니다. 양 신부님은 ‘기름 부음’에 대해 “종교개혁 이후 교황의 권위에서 벗어난 유럽 각국은 ‘우리가 이스라엘이 되겠다’는 의식이 강했다”며 “대관식에서 성유 의식을 하는 것은 구약 시대에 성별(聖別·거룩하게 분별함)을 통해 이스라엘 왕을 세우듯이 새로운 왕을 세운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자기 나라가 기독교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미로 국민 결속과 통합의 모티브로 ‘기름 부음’ 의식을 행했다는 것이지요. 양 신부님은 또 ‘기름 부음’에 대해서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기름은 치료제, 정화제로 쓰였기 때문에 불결한 것을 없애고 성화(聖化)시킨다는 의미”라며 “기름 부음 전통은 현재 천주교, 성공회, 정교회에서 사제·주교 서품식과 견진성사 때에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름 부음’ 외에 대관식에서 눈에 띈 점은 성공회만의 예식이 아니라 다양한 기독교 교파와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였습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 총회장이 예식 초반에 성경을 왕에게 보여주며 “이 세상이 주는 것들 중 여기 신성한 지혜가 있습니다. 이것이 국왕의 법입니다. 이것들은 하나님의 생생한 오라클(신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3세는 선서에서 자신이 ‘개신교 신자’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도 “모든 믿음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에서는 없었던 구절이라고 합니다. 양 신부님은 “찰스 3세는 어머니 생전에서부터 이처럼 신앙의 자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왔으며, 이번 대관식에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예식 중간 부분엔 수낵 영국 총리가 골로새서를 봉독했습니다. 인도계인 수낵 총리는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성경이 아닌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에 손을 얹고 선서한 힌두교도라고 합니다. 그밖에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검을 든 여인 등 대관식에서 여성이 주요 역할을 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지요. 전체적으로 대관식을 종교와 사회 통합의 장으로 삼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찰스3세 대관식에서 골로새서를 봉독하는 수낵 영국 총리. /BBC화면 캡처
찰스3세 대관식에서 골로새서를 봉독하는 수낵 영국 총리. /BBC화면 캡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찰스 3세가 소년의 환영 인사에 대해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겠다”고 한 대답은 마태복음 20장 28절의 예수님 말씀이지요. 이처럼 전체적으로 대관식의 키워드는 ‘섬김’과 ‘겸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번 대관식에 대해 격렬한 반대는 덜했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종교에 무관심했던 영국인들조차 70년만에 이뤄진 이번 대관식을 통해 성공회 신앙, 의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양권석 신부님은 “영국인들은 성당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금새 모이곤 하는 등 성공회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지만 미사에 참석하는 인원은 소수”라며 “대관식 이후 영국 언론에 ‘대관식을 집전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누구인가’ 등의 기사가 실리는 것을 보면 관심이 생긴 것 같다”고 전해주었습니다. 그 관심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종교 의식(ritual)은 힘이 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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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콩닥콩닥’ 심장·폐질환 오인할 수 있는 ‘공황장애’ 증상과 치료법은?
송치훈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3-09-05 09:49업데이트 2023-09-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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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는 최근 갑자기 극도의 불안이 찾아와 ‘마치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겪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자 그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그 결과 불안장애의 일종인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극도의 불안과 이로 인한 공포를 느끼는 질환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안이 수분에서 수십 분간 지속되다가 가라앉는 것이 여러 번 반복된다. 공황발작이 오면 심계항진, 발한, 떨림, 후들거림, 숨 가쁨, 답답함, 흉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멍함, 공포, 감각 이상 등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히는 증상 등으로 심장질환이나 폐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공황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 “공황장애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일 수도 있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상담 후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는 주로 임상적인 면담을 통해 진단한다. 증상이 심장질환이나 폐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신체적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은 아닌지 검사를 진행한다.
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의학과 윤현철 교수
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의학과 윤현철 교수
다행히 공황장애는 약물 치료 시 효과가 좋은 편이다. 약물치료는 보통 항우울제로 알려진 SSRI 등 약물이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어서 초반에는 항불안제 등 효과가 빠른 약물과 같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 밖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 몸의 여러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이완요법’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공황장애 환자는 공황발작이 일어났던 상황을 과도하게 회피하게 되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치료를 유지하면서 담당 전문의와 상의 하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공황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진 스트레스, 술, 과도한 카페인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로 공황장애가 호전되기 시작하면,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경우 제대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므로 약물 복용에 대한 의사결정 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는 스스로 ‘죽지 않는 병’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검사를 통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속해서 주지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신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또, 공황발작이 시작되었을 때 신체 반응을 줄이기 위해 편안한 마음을 갖고 이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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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펌글] 샤로수길을 깨끗케 하는 서울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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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잔뜩 쌓여 있는 불법 전단지들. 이날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저녁의 기온은 28도. 땀이 뻘뻘 나는 날씨였음에도 샤로수길을 깨끗이 하기 위해 10명이 자원했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대 학생이었지만 대학생 자녀를 둔 주부도 있었다. 그들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명확했다. 샤로수길이 서울대와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근처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이기에 더욱 셔츠룸 전단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두 명씩 조를 짜서 골목을 누비며 전단지를 주웠다. 이들은 1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활동하며 “잘 줍는 요령도 터득했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본래 예정된 활동 시간은 30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추가로 30분 동안 전단지를 주운 뒤에야 해산할 수 있었다. 활동을 마치려 할 즈음 오토바이를 탄 배포자가 또 나타나 전단지를 뿌리고 지나가서다. 자녀의 추천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배수주 씨(주부·50)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오토바이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라며 “골목이 좁고 사람이 많은 샤로수길 특성상 보행자들에게 위험할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서권찬 씨(지구환경과학부·20)는 “뿌려진 전단지를 수거하고 나니 샤로수길이 원래 깨끗한 거리였다는 것이 새삼 체감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른바 ‘샤로수길 전단 줍기 캠페인’을 처음 추진한 사람은 이민호 씨(경영학과·17)다. 그는 서울대 근처 맛집을 탐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스누푸파’의 운영진이다. 이민호 씨는 “맛집을 찾으러 샤로수길을 자주 방문하는데, 셔츠룸 전단지로 더러워진 거리를 보며 안타까웠다”라며 캠페인 시작 계기를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샤로수길 전단 줍기 캠페인을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1.5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스누푸파 계정을 활용해 이를 홍보했다. 덕분에 지난 5일 기준 약 100명가량이 해당 오픈채팅방에 들어왔다. 현재까지 총 2차례의 공식 캠페인이 진행됐는데, 이외에도 채팅방에서 뜻이 맞는 몇몇이 자율적으로 모여 따로 전단지를 줍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현재 학내에 셔츠룸 전단지 사태를 해결하자는 여론이 거세다. 해당 문제의 공론화는 주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이뤄졌는데, 관련 게시글은 작년 6월부터 있었다. 신민섭 씨(산업공학과·17)는 “샤로수길에서 불법 전단지를 보는 게 너무 당연해져서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두 달 내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 낙성대 주민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민센터 측은 “평일 오전 9시 샤로수길을 매일 청소하지만, 워낙 밤낮으로 전단지가 뿌려지기에 거리 경관이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는다”라고 했다. 관악구청도 불법 전단지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배포자의 오토바이 번호판이 가려져 있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단속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전단지의 전화번호도 대포폰이라 업체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서명운동에까지 나섰다. 일명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은 이정빈 씨(노어노문학과·22)로부터 시작됐다. 약 2주 전 전단지로 뒤덮인 샤로수길에 갔다가 큰 불쾌감을 느낀 이 씨는 에브리타임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호응이 크자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7일 오전 9시 기준 서명운동에 참여한 학생은 482명이다.
이정빈 씨는 “서명운동이 완료되면 관악구청 등의 행정 부처에 송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호 씨 역시 전단 줍기 캠페인을 각종 언론에 제보할 생각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샤로수길 셔츠룸 사태의 화제성을 키워 더욱 적극적인 공권력의 대응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에도 연대를 요청했다. 이에 총학생회 역시 관악구의원과 소통하며 셔츠룸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셔츠룸 전단지가 난립하는 곳은 샤로수길만이 아니다.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등지에서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성준 씨(아동가족학과·22)는 “개인이 모여 수거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더 큰 영향력이 있는 공적 조치가 시행됐으면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민호 씨는 “해외에서는 배포자의 벌금을 높이거나 전단 청소 지원비를 많이 주는 등의 해결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황민준 씨(식물생산과학부·23)와 이민호 씨가 전단지를 줍고 있다.
사진: 박선영 기자
leena12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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